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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앤 카슨 "다들 미쳤나 봐요"…고전과 현대를 넘나든 76세 시인


사진 Jay Dixit / CC BY-SA 4.0 (위키미디어 커먼즈)


2026년 노벨 문학상은 캐나다 시인이자 고전학자인 앤 카슨(76)에게 돌아갔다. 수상자 발표 당일인 8일(현지시각) 나온 한겨레와 동아일보 보도를 종합하면, 스웨덴 한림원은 카슨이 "고전 전통과 유희적으로 대화하며 현대문학의 새로운 형식을 창조한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며 그를 선정했다. 카슨은 123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다.


한겨레는 수상자 본인의 반응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한겨레가 인용한 BBC 보도에 따르면, 카슨은 아이슬란드 공영방송 RUV와 인터뷰하면서 심사위원들을 두고 "모두 미친 것 같다", "정말 미친 일"이라고 말했다. 상을 받는다는 사실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는 2022년 아이슬란드 시민권을 얻었고 수상 소식도 아이슬란드에서 들었다. 잉그리드 칼베리 한림원 상임 사무총장은 발표 직전 카슨에게 전화를 걸었다. 칼베리는 카슨이 통화에서 "아이슬란드에서 바람 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했고, 깜짝 놀라면서도 매우 기뻐하는 것이 목소리에서 느껴졌다고 전했다. 정작 카슨은 이 통화가 "꽤나 더듬거리는 대화"였고, 의례적인 질문에 별로 할 말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수상으로 독자가 늘겠느냐는 질문에는 "출판사가 그러길 바랄 것"이라고 답했다. 책 표지에 스티커가 붙을 테니 도움은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엑스(X)에 카슨이 재치와 상상력, 자신만의 스타일로 고전을 재창조해 문학에 대한 생각을 바꿔놨다고 쓰고, "캐나다의 자랑스러운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작가의 이력과 작품 세계를 자세히 소개했다. 캐나다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은 2013년 앨리스 먼로 이후 두 번째다. 여성 수상자로는 2024년 한강에 이어 19번째다. 1950년 토론토에서 태어난 카슨은 은행원인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자주 다녔다. 외로움을 책으로 달래던 그는 어느 날 서점에서 고대 그리스 여성 시인 사포의 시집을 우연히 집어 들었다. 고등학생 때는 교사에게 점심시간마다 고대 그리스어를 배웠다. 토론토대에서 고전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에는 프린스턴대·미시간대·맥길대 등에서 강의했다. 1996년 시집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으로 A M 클라인 시문학상을 받았고, 2001년에는 에세이 '남편의 아름다움'으로 여성 최초의 T S 엘리엇 상 수상자가 됐다. 2020년에는 아스투리아스공 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시와 산문, 소설의 경계를 지운다. 수록작 'TV 인간'에서는 '일리아스'의 영웅 헥토르와 소크라테스, 사포를 현대 TV 촬영장으로 불러낸다. 한림원은 역사가 투키디데스와 버지니아 울프를 나란히 놓는 것처럼 예상하기 어려운 조합을 높이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카슨이 2024년 영국 문예지 '런던 리뷰 오브 북스' 기고문에서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고 밝힌 사실도 전했다. 국내에는 그의 책 9권이 번역돼 있다. 이 가운데 4권을 옮긴 황유원 시인은 카슨이 2020년 수상자 루이즈 글릭보다 훨씬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시인이기를 거부하는 시인"이라고 평했다. 상금은 1200만 크로나(약 16억1000만 원)이며, 시상식은 관례에 따라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두 보도를 나란히 놓으면 강조점이 뚜렷이 갈린다. 한겨레는 발표 당일 카슨의 육성, 곧 자신의 수상을 "미친 일"이라 부르고 책 표지 스티커를 이야기하는 태도에 주목했다. 동아일보는 사포의 시집에서 시작된 고전학자의 반세기 궤적과 문학사적 위치를 정리했다. 따로 읽으면 하나는 일화이고 하나는 약력이다. 함께 읽으면 수천 년 전 인물들을 TV 촬영장에 데려다 놓던 장난기가 노벨상이라는 권위 앞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이 드러난다. 한림원이 선정 이유에 쓴 '유희'라는 말이 작품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두 기사는 각자 다른 방향에서 보여준다.



메타브리프 편집팀 메타브리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