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국회·대통령, 제청 관여할 헌법 근거 없다"…국감서 6분 작심 발언, 밤 추가질의엔 침묵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거부한 이유를 직접 밝혔다. 그는 국회와 대통령 모두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관여할 헌법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뉴시스가 낸 종합 기사와 마무리 발언 기사를 종합하면, 조 대법원장은 끝까지 증인 선서를 하지 않았다. 오전에는 직접 준비한 원고를 6분 13초 동안 읽었고, 밤늦게 국감장에 돌아와서는 "대법원이 온전한 구성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의 추가 질의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번 대립은 청와대가 이미 제청된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 절차를 밟지 않고 다른 후보를 다시 제청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조 대법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대법관 공석이 길어지자 법사위는 그를 일반증인으로 불렀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2일 불출석 의견서를 냈지만, 국감 첫머리에 대법원장이 인사말을 하는 관행에 따라 출석했다. 인사말에서는 청와대 공문에 재제청을 요구하는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없어 취지를 알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서를 거듭 요구하자 조 대법원장은 헌법 104조 2항을 꺼내 들었다. 그는 대법원장이 국회 동의나 대통령 임명에 끼어들 수 없듯 국회와 대통령도 제청에 관여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과 미리 협의해 온 것은 헌법 근거 없이 원활한 임명을 위해 스스로 협력해 온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거치지 않더라도 정치적 문제에 그칠 뿐 위헌이나 위법은 아니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위헌'이라는 말을 네 번 썼다. 뉴시스는 대법원장이 이렇게 구체적인 경위를 국감장에서 밝힌 것은 1987년 국감권이 회복된 뒤 처음이라고 전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청와대가 뜻을 분명히 밝혀야 대법원장이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여권의 공세도 거셌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선서 거부에 대해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른 후속 조치를 경고했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윤석열과 판박이"라고 했다. 진보당 손솔 의원이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느냐"고 묻자 조 대법원장은 "모욕적이고 서글프다"고 받아쳤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답변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조 대법원장은 고가 와인 업무추진비 의혹에 대해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다"며 집행 내역을 몰랐다고 해명하면서도 고개를 숙였다. 12·3 비상계엄 때는 계엄사의 인원·명단 요구에 "위헌적 행위이니 보내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처음 밝혔다.
오후 10시51분께 마무리 인사에서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공석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격려금과 업무추진비 집행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예산 기준과 절차를 점검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재제청 관련 추가 질의에는 "오전에 말씀드린 것으로 갈음하겠다"고만 답했다. 민주당 박균택 의원이 "탄핵 사유"라고 지적했을 때도 입을 열지 않았다. 서 위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과 계엄 당시 대책회의를 묻자 "없다"고 했다.
두 기사는 강조점이 다르다. 종합 기사는 조 대법원장이 내세운 헌법 논리와 각종 의혹 해명, 곧 그가 '무엇을 말했는지'에 무게를 뒀다. 마무리 기사는 사과는 하면서 질문에는 침묵하는 장면에 초점을 맞췄다. 둘을 나란히 놓으면 조 대법원장의 대응 방식이 드러난다. 예산과 의혹 문제에서는 고개를 숙였지만, 제청권 문제에서는 오전에 한 번 밝힌 헌법 해석 외에 어떤 질문에도 응하지 않았다. 대법관 공백이 언제 해소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메타브리프 편집팀 메타브리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