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병기 의원 구속영장 신청…수사 착수 1년 만에 신병확보 시도

경찰이 차남 편입학·취업 특혜와 뇌물 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 김병기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해 9월 수사에 착수한 지 약 1년 만이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7일 김 의원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차남의 숭실대 계약학과 편입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시민단체가 고발한 지 1년 만에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김 의원을 둘러싼 13개 의혹 가운데 사안이 중대한 다섯 가지 혐의를 영장에 담았다. 핵심은 차남의 편입 요건을 맞추기 위해 중소기업 진우산전에 부정 취업시키고 급여와 등록금 등 경제적 이익을 챙겼다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다. 영장에 적시된 뇌물 가액은 6700여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대한항공으로부터 호텔 숙박권을 제공받은 의혹, 신라레저의 골프장 사업을 돕는 의정활동 대가로 후원금 500만원을 받은 의혹에도 각각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됐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강선우 의원의 공천헌금 1억원 수수 사실을 알고도 묵인해 민주당 공천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배우자 이아무개씨가 서울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하도록 한 혐의(업무상 배임)도 포함됐다.
반면 전직 동작구의원들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김 의원 쪽에 3000만원의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의혹은 영장에서 빠졌다. 배우자나 측근 구의원 외에 김 의원이 직접 수수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수사력을 모았던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두나무 관련 취업 청탁 의혹도 이번 영장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경찰의 독자적 수사 역량을 가늠할 시험대로 꼽혀왔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수사에 착수한 뒤 고발이 잇따르자 12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사건을 병합 배당했다. 그러나 김 의원에 대한 첫 피의자 조사는 착수 5개월 만인 올해 2월에야 이뤄져 초기부터 '늑장 수사' 논란을 불렀다. 7차례 소환 조사가 4월에 끝났는데도 후속 조처는 없었다. 박정보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4월 '혐의가 확인된 의혹부터 먼저 송치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입장이 오락가락하며 수사는 다시 5개월간 공전했다. 이 과정에서 신중한 처리를 주문하는 국가수사본부와 수사팀 사이에 이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지난달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려 "한 달 안에 신속히 처리하라"고 의결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은 영장 신청 사유로 '객관적 증거를 통한 혐의 소명'과 '증거인멸 우려'를 들었다. 그러나 시기를 두고 '면피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이미 1년간 불구속 상태로 수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구속영장 발부 사유가 취약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경찰이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신을 타개하기 위한 면피성 신청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상황에서 완결성 있는 수사를 하기 위해 증거 확보와 법리 검토에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실제 신병 확보까지는 절차가 남아 있다. 현역 국회의원인 김 의원은 불체포 특권을 갖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체포동의안은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되며, 이후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 김 의원 쪽의 구체적인 반박 입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김성진 메타브리프 기자 sieghaf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