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AI 안전 경고에 "공포 조장" 반격… 올트먼은 "속도 조절이 중단은 아니다"
미국 AI 업계 수장들이 잇따라 제기한 '개발 속도 조절' 주장을 두고 중국이 정면 반박에 나섰다. 더디코더(The Decoder)가 전한 두 건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외교부와 관영 매체는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 등의 AI 위험 경고를 "공포 조장"으로 규정하며 미국의 기술 우위 고착 시도라고 비판했고, 같은 시기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속도 조절 요구를 재확인하면서도 "'페이싱(pacing)'이 '중단'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 중국 "공포 조장이 AI 거버넌스 해친다"
더디코더가 블룸버그를 인용해 전한 내용에 따르면,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베이징에서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보편적으로 유익하고 윤리적인" AI 발전을 촉구했다. 그는 "공포 조장과 대결, 악성 경쟁"이 글로벌 AI 거버넌스를 교란하며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한발 더 나아가 아모데이가 중국의 기술 진보를 억누르기 위한 "조용한 AI 냉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모데이는 앞서 미국 AI 모델의 출력값을 이용해 경쟁 모델을 학습시키는 '증류(distillation)'에 대한 대응을 요구한 바 있다.
주목할 대목은 중국 당국도 AI 위험 자체는 인정한다는 점이다. 천이신 중국 국가안전부장은 "적대 세력"이 딥페이크와 사이버 공격에 AI를 악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취약점 탐색과 악성코드 생성이 가능한 모델로 앤스로픽의 마이토스(Mythos)와 오픈AI의 GPT-5.5-Cyber를 직접 거론했다. 다만 그가 내놓은 처방은 미국 기술 리더들과 정반대였다. 개발 속도를 늦추는 대신 첨단 반도체 연구 확대와 AI 인프라 구축 가속, 감독 강화를 주문했다.
쑨청하오 칭화대 연구원은 베이징이 워싱턴이 안전이나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기술 규제를 확대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자들로서는 속도 조절 요구가 현재의 미국 우위를 굳히는 장치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 올트먼 "속도는 계속 빠를 것, 다만 가능한 최대치보다는 느리게"
올트먼은 첨단 AI에 대한 전국 단일 안전 규제 틀을 요구하면서도, 업계가 입법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적 조율에는 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오픈AI는 역량이 크게 도약할 수 있는 학습(training run) 이전에 명시적 안전 프로토콜을 설정하는 방식을 도입했으며, 올트먼은 다른 기업들도 "우리 접근법에서 배워 각자의 방안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전은 빨랐고 앞으로도 계속 빠를 것이다. 다만 가능한 속도보다는 느려야 한다. 안전 사례 검증과 모니터링 같은 개입에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어떤 경쟁 압력도 무모함을 정당화하거나 역량이 정렬·모니터링을 앞지르게 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말 사이 아모데이와 데미스 허사비스 전 딥마인드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일론 머스크가 모두 통제 강화 기조에 동조했다.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에 따르면 오픈AI와 앤스로픽, 구글은 독립 감독 기구를 통한 자율 규제를 수개월간 논의해 왔다. 코히어 같은 후발 기업들은 이 구상이 카르텔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발적 속도 조절을 거부한다는 뜻을 이미 분명히 했다. 중국과의 경쟁을 이유로 들며, 기술 리더들이 실현되지 않을 최악의 시나리오를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방은 9월 24일 예정된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어졌다.
◇ 우리 종합 — 같은 매체, 다른 무게중심
두 기사는 같은 매체 보도지만 강조점이 다르다. 중국 관련 기사는 '속도 조절론이 지정학적으로 어떻게 읽히는가'에, 올트먼 기사는 '업계 내부에서 속도 조절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무게를 둔다. 두 기사를 나란히 놓으면 속도 조절론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난다. 미국 업계는 자율 규제로 방향을 잡았지만 자국 정부도, 중국도 동참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내부에서는 후발 기업의 카르텔 우려까지 겹친다.
특히 천이신 발언은 위험 인식 자체가 쟁점이 아님을 보여준다. 양국 모두 모델의 사이버 공격 역량을 문제로 보지만, 미국 업계는 개발 억제로, 중국은 개발 가속과 감독 병행으로 답을 나눈다. 더디코더는 중국이 동참을 거부할 경우 미국 AI 연구소들이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수 있으며, 결국 냉전기 군비 경쟁처럼 가능한 한 빠르게 최강 시스템을 만드는 길만 남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정상회담에서 AI 의제가 어떻게 다뤄질지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김성진 메타브리프 기자 metabrief.k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