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조절 논쟁, 백악관·英 왕실로 확산…이 대통령은 "대미 투자 여전히 협의 중"

전자신문이 18일 보도한 세 건의 기사를 종합하면, 인공지능(AI) 개발 속도조절론을 둘러싼 논쟁이 미국 백악관과 영국 왕실로까지 번진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 대미 투자에 대해 "여전히 치열하게 논쟁하고 협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전자신문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개별 대화를 갖고 민간 주도 AI 규제기구 설립에 대한 우려를 전달해 설립을 무산시켰다. 이 기구는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최고과학자의 제안으로 논의돼 왔으나, 세 사람은 오픈AI·앤트로픽·구글 등 3대 선두 기업으로 권력이 쏠릴 수 있고 임원 구성도 문제라며 반대했다. 현 행정부의 '가벼운 규제' 기조를 선호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백악관 내부 기류도 갈렸다. WSJ은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스콧 배선트 재무장관, 숀 케언크로스 국가사이버국장이 감독 강화를 추진한 반면 데이비드 색스 과학기술자문위원장은 최소 규제를 설득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AI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병적인 음모가 벌어지고 있으며 이를 반기는 것은 중국뿐"이라고 적었다.
같은 17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덤프리스하우스에서는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황 CEO와 허사비스 최고과학자, 새러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를 맞이했다고 로이터통신과 BBC가 보도했다. 찰스 3세는 "AI의 본질과 속도는 흥미롭고도 깊이 우려스럽다"며 "인간성은 신성함을 유지해야 하고, 대중은 우리가 운명과 영혼에 대한 통제를 잃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원한다"고 말했다. 기술이 잘못된 손에 들어갈 존립적 위험을 시급히 살펴야 한다고도 했다.
황 CEO는 회의에서 "AI를 만드는 우리가 시스템을 엄격히 시험하고, 충분히 안전하지 않으면 보류해야 한다"며 '책임있는 낙관주의'를 내세웠다. 취재진에게는 "AI는 소셜미디어와 매우 다르다. SNS는 제품이지만 AI는 모든 제품 뒤에 있는 기술이므로 기술이 아니라 제품을 규제하라"고 말했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이 전했다. 허사비스 최고과학자는 자율 시스템을 '나쁜 행위자'가 악용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지적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속도조절 필요성을 제기하고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이 동조한 뒤 찬반이 팽팽하다.
이 대통령은 대미 투자를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로 규정하며 "다행히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다른 나라에 없는 표현을 넣었지만 구체적 투자 협의가 시작되자 그게 또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거의 합의됐다고 하는데 내용을 보니 동의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어 다시 얘기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에 대해서는 "삼성, SK하이닉스도 이미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다"며 기업 의견을 존중해 국익이 보호되는 결론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우리 종합] 세 기사는 모두 전자신문 지면에 실렸지만 무게중심이 서로 다르다. WSJ 인용 기사는 규제의 '설계 권한'을 누가 갖느냐는 힘의 문제로 AI 논쟁을 읽고, 로이터·BBC·폴리티코·블룸버그를 엮은 왕실 회의 기사는 같은 사안을 인간 통제권이라는 가치의 문제로 다룬다. 두 기사를 나란히 놓으면 황 CEO 한 사람이 워싱턴에서는 규제기구를 막고 스코틀랜드에서는 자율적 안전 검증을 약속하는 이중 무대가 드러난다. 여기에 이 대통령 회견을 겹치면, 규제 주도권과 자본 배치가 같은 축에서 움직이고 있음이 보인다. 미국이 규제를 느슨하게 풀어 AI·데이터센터 가속에 베팅하는 국면에서, 한국은 그 가속에 얹힐 500조원의 조건을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한 구절로 지켜내려 협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