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 “AI 정책, GPU·모델 확보만으론 부족…‘파일럿의 벽’ 해소해야”
기업의 인공지능(AI) 도입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실제 업무 전반과 성과로 이어지는 단계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국내 AI 정책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모델 확보, 개별 실증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전 주기 인프라와 산업 확산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SPRi는 최근 발간한 ‘2025년 국내외 인공지능 산업 동향 연구’ 보고서에서 AI 도입 자체는 보편화됐지만, 데이터 품질과 거버넌스, 기존 시스템과의 연계, 인력 역량, 조직문화 문제 등으로 생산성과 경쟁우위까지 확보한 기업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현상을 ‘파일럿의 벽’으로 설명했다. 공공·제조·금융·의료·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범사업과 개념검증(PoC)이 축적됐지만, 표준화된 참조 아키텍처와 성과 관리 지표가 부족하고 데이터와 레거시 시스템이 분절돼 있어 실제 확산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SPRi는 “우리나라 AI 정책은 더 이상 AI 기술 자체의 확보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AI를 기반으로 한 국가 전반의 구조 전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초점을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활용정책도 ‘파일럿 중심’에서 ‘스케일업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업무별 고부가가치 AI 활용 시나리오를 발굴하고,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와 조직문화 변화까지 함께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배경에는 글로벌 투자와 산업 경쟁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 있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에 따르면 2024년 세계 AI 투자액은 2523억달러로 전년보다 25.5% 증가했다. 특히 AI 인프라·연구·거버넌스와 데이터 관리·처리 분야에 투자가 집중됐다. SPRi는 한국도 데이터센터와 GPU 공급 확대에 그치지 않고 국가 AI 컴퓨팅 허브, 산업별 고가치 데이터 공간, 연구개발·검증·규제 샌드박스를 연결한 ‘전 주기 AI 인프라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거대 모델과 데이터·컴퓨팅 인프라 중심의 기존 전략을 확장할 과제로 피지컬 AI 생태계 강화를 제시했다. SPRi는 반도체, 제조, 자동차, 조선, 로봇, 가전 등 한국의 실물 산업 기반이 피지컬 AI 경쟁력 확보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김성진 메타브리프 기자 sieghaf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