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사 "저작권 침해 심각하게 본다" 경고 며칠 뒤…백악관 아케이드서 테트리스 모방 게임 사라져
미국 백악관이 자체 운영하는 웹 기반 '백악관 아케이드'에서 테트리스를 모방한 게임 '빌드 더 월(Build the Wall)'이 돌연 삭제됐다. 테트리스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테트리스 컴퍼니가 "우리는 저작권 침해를 매우 심각하게 여긴다"는 취지의 경고성 입장을 밝힌 지 며칠 만이다.
게임 매체 PC게이머와 '디스 위크 인 비디오 게임스'에 따르면 해당 게임이 사라진 사실은 9일 처음 확인됐다. 인터넷 아카이브의 웨이백머신 기록상으로는 미 동부시간 9월 7일 오후 9시께까지 사이트에 게임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삭제 시점과 삭제 주체, 사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지난주 다섯 종의 웹게임을 묶은 아케이드 페이지를 공개했다. 수록작 대부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기조를 홍보하는 내용으로, '리오 런', '서플라이 라인', '트럼프 세이빙스 타이쿤'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빌드 더 월'은 쌓이는 블록이 국경 장벽을 상징하고, 게임 내에서 '몰려오는 무리(the coming horde)'로 지칭되는 이주민의 진입을 막는다는 설정이었다. 블록을 쌓아 줄을 지우는 방식은 테트리스의 조작 구조를 거의 그대로 따랐다.
테트리스 컴퍼니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테트리스는 사람을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고 함께 모으는 힘을 믿는다"며 "전 세계 팬 여러분을 사랑하고, 보고 있으며, 우리 커뮤니티에 있어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회사는 해당 게임 제작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저작권 침해를 심각하게 본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직접적인 법적 조치를 예고한 것은 아니지만,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백악관은 그동안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헤일로, 데스티니 2, 콜 오브 듀티, 그랜드 테프트 오토, 포켓몬 등 유명 게임 지식재산을 활용해 왔다. 최근에는 아케이드 홍보에 엑스박스와 닌텐도, 세가의 로고를 사용하기도 했다. 포켓몬 컴퍼니는 캐릭터 사용을 허가한 적이 없다고 밝혔고, 일본 외무성도 비공개 경로로 미국 정부에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권리사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조치 가능성까지 내비친 사례는 이번 테트리스 컴퍼니가 사실상 처음이다.
테트리스 컴퍼니의 경고와 게임 삭제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PC게이머는 테트리스 컴퍼니와 백악관 양측에 사실관계를 문의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나머지 네 종의 게임에 대해서는 별도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성진 메타브리프 기자 sieghaf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