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소송서 공인중개사 책임 잇따라 확대…법원 “설명 의무 있다”

전세사기 피해 사건에서 공인중개사가 임차인에게 부동산의 현황과 권리관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을 경우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잇따라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재판장 맹준영)는 지난달 31일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들이 공인중개사와 부동산중개법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2건에서 공인중개사의 책임 비율을 각각 70%, 60%로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판결은 전세 계약 과정에서 공인중개사의 확인·설명 의무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다시 분명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법원은 임차인이 계약 상대방의 권리관계나 선순위 보증금, 신탁 여부 같은 핵심 정보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계약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중개사가 보다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첫 번째 사건에서 A 공인중개사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관광호텔 건물을 임차인에게 소개하면서 위조된 서류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건물은 자산신탁회사 명의로 신탁등기가 돼 있어 소유자와 임대인이 달랐고, 신탁부동산 임대차의 경우 수탁자의 허락이나 동의가 있어야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관련 동의 서류가 위조돼 있었고, 임차인은 대항력을 취득하지 못한 채 보증금 1억2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1심은 공인중개사 측 책임을 70%로 보고 8400만원 배상을 인정했다. 항소심에서 공인중개사 측은 임차인이 해당 부동산에 계속 거주하고 있으므로 그 이익을 손해액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두 번째 사건에서는 B 공인중개사가 서울 관악구 다가구주택을 소개하면서 건물 가액과 선순위 임차보증금 등 중요한 정보를 사실과 다르게 설명한 사실이 문제 됐다. 이후 해당 주택은 경매로 넘어갔고, 임차인은 보증금 1억8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1심은 공인중개사 측 책임을 40%로 제한해 7200만원 배상을 인정했지만, 2심은 중개사가 중요 정보를 허위로 고지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책임 비율을 60%로 높였다. 이에 따라 공인중개사 측은 1억8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전세 계약 등 부동산 임대차계약 체결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공인중개사에게 목적 부동산의 현황과 권리관계 등에 관해 보다 높은 수준의 선관의무와 설명의무가 있음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사안”이라며 임차인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중개 과정에서의 정보 확인과 고지 책임을 법원이 엄격하게 본 것이다.
김성진 메타브리프 기자 sieghaf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