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국내 출생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 제도 없는 것은 위헌”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 절차를 규정한 법이 없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7일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도 대한민국 법에 따른 출생등록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관련 입법을 하지 않은 국회의 부작위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이다.
이번 사건은 베트남 국적의 미등록 체류자 부부가 2019년 서울에서 낳은 딸의 출생등록 문제에서 비롯됐다. 이들 부부는 국내법상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자녀를 한국에서 등록하지 못했고, 결국 이듬해 자국법에 따라 등록을 마쳤다.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국민’의 출생신고만 규정하고 있어,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은 사실상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국적국 재외공관을 통해 신고해야 하는 구조였다.
청구인 측은 이 같은 제도 때문에 아이가 의료, 보육, 교육 등 기본적인 아동 권리를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2022년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이를 받아들여 “누구든지 자신이 출생한 지역의 관할 국가에 의해 출생 사실이 공적으로 기록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의 발급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외국인도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갖는다”며, 국적이나 체류자격, 본국에서의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법상 출생등록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할 입법의무가 국가에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헌재는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한 청구는 각하했다. 이번 결정은 헌재가 출범 이후 국회의 ‘진정입법부작위’를 문제 삼은 헌법소원을 받아들인 두 번째 사례다. 진정입법부작위는 국회가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필요한 법률을 마련하지 않은 경우를 뜻한다.
김성진 메타브리프 기자 sieghaf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