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 ‘검증 후 해외’ 공식 바꿨다…게임스컴서 글로벌 반응 먼저 확인

국내 게임사들의 글로벌 진출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 시장에서 흥행 가능성을 먼저 검증한 뒤 해외로 확장하는 흐름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개발 초기부터 글로벌 PC·콘솔 이용자 반응을 확인하며 완성도와 출시 전략을 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6’은 이런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무대로 꼽힌다.
올해 게임스컴에는 67개국 1600개 이상 기업이 참가했고, 해외 참가사 비중은 70%에 달했다. 전시 면적도 23만3000㎡로 확대돼 준비된 공간이 모두 예약됐다.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게임사들도 이 행사를 단순한 홍보 무대가 아니라 시장 검증과 사업 협의가 동시에 이뤄지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인 곳은 크래프톤이다. 크래프톤은 개막 전야제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NL)’에서 ‘PUBG: 데드넷’, ‘NO LAW’, ‘프로젝트 제타’, ‘타래: 언바운드’, ‘에이지 트위스터’ 등 신작 5종을 공개했다. 기존 대표작 ‘PUBG: 배틀그라운드’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동시에 신규 IP를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데드넷은 로그라이트 요소를 더한 PUBG IP 신작이며, NO LAW는 오픈월드 FPS RPG, 프로젝트 제타는 전술 대전 게임이다. 타래: 언바운드와 에이지 트위스터까지 포함해 특정 장르에 치우치지 않은 포트폴리오를 내세웠다.
엔씨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엔씨는 팀 기반 서바이벌 FPS ‘라이크 오어 다이’, ‘신더시티’, MMORPG ‘아이온2’를 ONL에서 공개했다. 라이크 오어 다이는 정식 출시일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스컴을 통해 처음 공개됐고, 신더시티는 미국 이용자 대상 프리알파 플레이테스트를 진행한 뒤 이번 행사에서 디스토피아 서울을 배경으로 한 프리퀄 시네마틱 영상을 선보였다. 반면 아이온2는 지난해 한국과 대만에 먼저 출시된 뒤 오는 10월 5일 스팀과 퍼플을 통해 북미·남미·유럽·아시아로 서비스 지역을 넓힌다. 한 회사 안에서 ‘국내 검증 후 해외 진출’과 ‘개발 단계부터 해외 반응 확인’이 함께 진행되는 셈이다.
넥슨은 스웨덴 자회사 엠바크스튜디오의 ‘아크 레이더스’ 체험 공간을 마련했고,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는 ‘갓 세이브 버밍엄’을 3년 연속 게임스컴에 출품해 협동 모드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다. 컴투스홀딩스도 PC·콘솔 신작 ‘론 셰프’를 한국공동관에 내놓고 글로벌 이용자와 업계 관계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게임스컴이 완성작 공개를 넘어 개발 중인 게임의 반응을 확인하는 검증 무대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준호 스마일게이트 대표는 현장에서 여러 신작과 이용자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내년 이후 글로벌 론칭 준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다시 논의되고 있다. 해외 게임쇼가 글로벌 이용자와의 접점, 테스트, 사업 상담까지 아우르는 반면 지스타는 국내 이용자와의 접점이 강점인 만큼, 두 행사의 성격이 더 분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진 메타브리프 기자 sieghaf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