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해협을 '트럼프 해협'으로 표기한 지도 게시…이란의 '7일 로드맵'은 거절

사진 Ali khodabakhsh / CC BY 3.0 (위키미디어 커먼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트럼프 해협(TRUMP STRAIT)'으로 표기한 중동 지도를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같은 날 그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핵 협상 재개를 조건으로 내놓은 제안을 거절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동아일보는 26일 지도 게시를 중심으로, 뉴시스는 27일 AP 사진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을 인용해 이란 측의 협상 동향과 트럼프 대통령의 거절 발언을 중심으로 이를 보도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지도에는 이란과 오만 사이 해협이 'TRUMP STRAIT'로 적혀 있다. 이란이 새 협상안을 내놓은 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반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8월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새로운 미국 영토'로 표시한 지도를 올렸다. 이달 2일에는 해협이 이제 미국 통제 아래 있으니 이름을 '트럼프 해협'으로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는 글을 쓰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이번 지도 게시가 해협 통제권을 주장하는 이란의 입장을 인정하지 않고 미국의 통제를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전했다.
이 일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아라그치 장관은 2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을 만나 중재자를 통해 미국에 '7일 로드맵'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일정한 조건을 7일 동안 지키면 7일째 되는 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고 핵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내용이다. 두 매체가 전한 조건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두 매체 모두 해상 봉쇄 해제, 석유 제재 철회·면제, 모든 전선에서의 휴전을 공통으로 꼽았다. 뉴시스는 여기에 휴전 범위에 레바논이 포함된다는 점과 동결된 이란 자산 일부 해제가 조건에 들어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뉴시스는 협상 과정도 보도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22일 뉴욕에서 카타르의 중재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을 만나 협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아라그치 장관이 30일까지 뉴욕에 머물 예정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은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으며 미국과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사실을 전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전쟁을 이어갈 생각이 없고 전쟁을 끝낼지는 미국이 정할 문제라는 뜻도 밝혔다. 백악관은 25일 중재자들을 통해 이란과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고 했지만, 협상이 타결됐다거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공식 답은 하루 뒤에 나왔다. 뉴시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이란이 "너무나 크게 패배하고 있기 때문에" 해협을 곧바로 여는 합의를 원하는 것이라며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 "완전한 통제권"을 갖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두 보도를 나란히 놓으면 이야기의 흐름이 드러난다. 동아일보는 지도라는 상징적인 행동을 중심에 두고, 협상 신호와 백악관의 신중한 반응을 차례로 짚었다. 뉴시스는 누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이란이 무엇을 요구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거절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전했다. 25일 백악관의 '건설적 대화' 언급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을 공개적으로 거절하고 해협 이름을 바꾼 지도까지 올린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지도 게시는 단순한 도발이라기보다 해협 통제권을 협상 조건으로 삼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주는 행동에 가깝다. 다만 이란이 수정안을 낼지, 아라그치 장관이 뉴욕에 머무는 30일까지 추가 접촉이 있을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협상의 문이 완전히 닫혔는지도 아직 분명하지 않다.
메타브리프 편집팀 메타브리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