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영화제 개막 경쟁작 ‘와일드 호스 나인’, 14분 기립박수

마틴 맥도나 감독의 신작 ‘와일드 호스 나인(Wild Horse Nine)’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올해 첫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영화는 4일(현지시간) 베니스 리도에서 상영된 뒤 14분간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이는 2026년 영화제 상영작 가운데 가장 긴 환호로 기록됐다. 주연을 맡은 존 말코비치와 샘 록웰은 상영 후 서로를 끌어안으며 감격한 모습을 보였다.
‘와일드 호스 나인’은 1973년 칠레 군사 쿠데타 직전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말코비치와 록웰은 산티아고에 주둔한 오랜 CIA 파트너 크리스와 리 역을 맡았고, 두 사람은 상부의 지시로 이스터섬에 파견된다. 이 과정에서 두 요원은 거대한 모아이 석상과 고립된 섬의 풍경 속에서 자신들의 과거와 관계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여기에 크리스가 칠레 학생 두 명과 예상치 못한 관계를 맺으면서, 두 사람의 우정과 얽힌 비밀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번 작품은 맥도나 감독이 10여 년 전 이스터섬을 방문한 뒤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모아이와 섬의 고립된 분위기, 들판을 달리는 야생마에 강한 인상을 받아 이 장소를 중심으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각본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맥도나 감독은 베니스 기자회견에서 이 작품을 현재의 국제정치에 대한 직접적인 논평으로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은밀한 개입을 다룬 설정이 오늘날의 현실과 예상치 못한 접점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비밀스럽게 하지도 않는 것 같아 두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와일드 호스 나인’은 베니스 경쟁 부문에 오른 21편 가운데 하나다. 영화는 ‘쓰리 빌보드’, ‘이니셰린의 밴시’ 등으로 주목받아온 맥도나 감독의 최신작으로, 미국에서는 11월 6일 개봉 예정이다. 베니스영화제 수상작은 12일 발표된다.
김성진 메타브리프 기자 sieghaft@gmail.com